Q_ 당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은? A_나의 작은 주황색 토파즈
평생 버리지 못할 나만의 다이아몬드
내 돌반지는 진작 IMF에 휘말려 사라졌다. 어린 마음에 왜 나는 돌반지가 없냐며,
어머니께 투정을 부렸고, 나도 그녀처럼 보석이 갖고 싶다고 떼를 썼다.
결국 어머니는 떼쓰는 어린 딸을 데리고 근처 쥬얼리 샵으로 갔다. 어머니는
딸에게 주황빛의 반짝반짝한 토파즈 참이 달린 은목걸이를 선물해 주며 잃어버리지 않게
소중히 간직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린 딸이 받았던 예쁜 주황색 보석은
분명 은 테두리를 가졌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은 시커멓게 녹슬어 버렸다.
어렸던 막내 딸이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보석함 속에서 세월을 견디던 목걸이는
기스도 많이 나고 녹슬었지만, 여전히 딸의 마음 속에서는
이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가장 예쁜 보석이다.
긴장된 공기와 날카로운 이젤 사이로 흩날리는 흑연 속으로 사라진 시간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다
중학교 2학년 처음 입시를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습관적으로 시계를 차기 시작했다. 시계를
차고 있으면서 남한테 시간을 물어볼 정도록 습관적으로 말이다. 1분 1초 사이에 그림의
밀도가 달라져야 했고, 적어도 언제까지는 구도를, 스케치를, 양감을, 명암을, 그림자를 잡아야 했다.
최소한 몇분을 남기고는 지우개를 들고 디테일한 묘사와 수정, 질감표현을 시작해야 했던
예고 입시생은 입시가 끝난 후에도 3년 내내 과 안에서의 우열을 가리는 실기시험과
숱한 모의고사로 인해 매일같이 손목에 시계를 차고 다녀야만 했다.
줄 곧 써왔던 르꼬끄 분홍시계가 흑연으로 인해 새까맣게 타버린 어느 날, 새 시계가 갖고 싶어졌다.
결국 보이런던의 흰색시계를 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실기실 벽에 잠시 걸어두었던 것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시계침들이 모두 빠져버렸고, 조립을 좋아하던 선생님의 손에 넘어가 몇차례
수술대에 올랐지만 작디 작은 부품 하나를 잃어버리면서 결국 그대로 운명해버렸다. 그대로
수리를 맡겼으면 될 것을, 누군가의 도전정신과 자만으로 운명해버린 시계는 결국 버려졌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내게 똑같은 모델의 새 시계를 사주셨고, 그 전의 시계보다 더 의미있고
추억이 있는 시계가 되었다. 나는 선생님이 선물해주신 부적같은 시계로 학생으로서
가장 중요했던 목표인 대입수능과 실기시험을 안정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시계를 차는 습관은 버릴 수 없었으나, 아끼던 나무시계를
최근 뉴욕에서 잃어버리게 되면서 내 손목은 10년 만에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나의 어깨를 지켜주던 다람쥐 인형
가방 장식으로 달고 다니던 다람쥐 인형
2012년, 나의 고등학교에선 전공 과별로 무언가 맞추는 게 유행이던 시기가 있었다.
돕바나 야구잠바는 학생주임 선생님과 선도부가 뺏어가니, 가방이 적절하다 생각했던
디자인과 친구들은 검은색 캔버스 백과 직접 디자인한 로고 배찌를 달기로 결정했다.
평소에도 특이하게 리폼을 하거나 악세사리를 달고 다니던 내게 배찌하나 달린 검은색 가방은
너무도 밋밋한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단체로 맞췄으니 메고 다니긴 해야하는데..
여러가지 고민을 하며 평소 리폼을 위해 수집하던 아이템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람쥐 인형을 발견했고, 바로 가방끈에 매달아 실로 꼬매보았다.
학교가 산에 위치해 있어 등교하는 언덕길에서 늘 다람쥐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젠 내 어깨에도 다람쥐가 앉아 있게 되었다.
봄의 어느 날, 떨어지는 언덕길의 벚꽃비를 맞으며
어깨 위의 다람이와 함께 등교를 할 때 기분이 참 좋았었는데..
햄토리 왕국의 리본공주를 지켜주던 포켓몬스터 윈디 피규어
윈디야 도와줘!!
한창 포켓몬스터에 빠져있던 오빠는 포켓몬 도감부터 피규어, 개임팩 등등 다양한
포켓몬스터 굿즈를 모았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어린시절의 나는
늘 오빠의 피규어들을 가지고 놀았다. 이야기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땅 마을과 바다 마을이 있었다. 땅마을 햄토리 성에는 햄토리 왕자와
리본공주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늠름한 윈디와 가디는 이 성을 지키는 기사들이었다.
원래 땅마을엔 바다마을의 거북왕에 버금가는 이상해꽃이라는 기사대장이 있었는데,
늙어버리는 바람에 기운이 약해져 윈디에게 자리를 넘겨준 상태였다.
늘 땅마을에 시비를 걸던 바다마을의 악당 거북왕에게는 어니부기라는 아들이 있었다.
어니부기 왕자는 리본공주에게 첫 눈에 반해버렸다. 거북왕은 리본공주의 납치작전을 세웠고,
늦은 밤 땅마을을 기습해 공주를 납치해갔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직스러운 윈디는
늘 정면으로 바다마을에 돌진해 리본공주를 구출해내었고, 바다마을 악당들을 모조리 혼내주었다.
윈디는 제일 아끼는 멋있는 포켓몬이었기에 늘 따로 보관해 두었고,
덕분에 다 자란 자식들의 장난감 소탕에 한창이시던 어머니의 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노래 하나에 저장된 수많은 기억과 생각들
빅뱅이 새겨진 나의 IPod Red
워크맨과 카세트테잎으로 동요를 듣던 시대를 지나, 그토록 탐내던 오빠의 yepp mp3를
갖게 되었다. 나는 MP3에 담겨있던 코요테의 <1,2,3,4> 라는 곡으로 처음 가요를 접했다.
초등학교 때까진 Redsox의 "sweetdream"이라는 곡을 제일 좋아했고,
중학교 땐 아이돌 노래 뿐만 아니라, 리미와 감자의 <치킨> 같은 특이하고 재밌는
노래찾기에 열중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는 팝송과 50~90년대 까지의 오래된 노래에
빠져들었고, 매달 30곡씩 다운받아 귀가 쉬고 있을 때면, 늘 노래를 들었다.
대학생이 되면서 부터 웬만한 장르와 년도별 곡은 모두 들어본 경지에 이르렀고,
현재는 edm과 뮤지컬 넘버를 주로 듣고 있다.
MP3를 갖게 된 순간부터 다운받은 노래들을 모아놓기 시작해 지금은 컴퓨터 본체에서
뜯어낸 하드웨어에 보관해야 할 정도로 그 양이 어마어마 해졌다. 듣고 싶은 노래를
듣고싶을 때 들어야 직성이 풀리기에 많은 노래를 휴대해야 했고, 스마트폰은 그 용량이
감당하질 못해 늘 엠피쓰리가 필요했다. 오래된 MP4로 버티고 버티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시작한 첫 알바의 첫 알바비로 제일 먼저 새로 나온 아이팟을 장만해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다.